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끊기면 또 만들면 되죠 이게 세상사 입니다 : 13 일째

` 시월 `

 

 

 

1

 내 사랑하리 시월의 강물을

 석양이 짙어가는 푸른 모래톱

 지난날 가졌던 슬픈 여정들을, 아득한 기대를

 이제는 홀로 남아 따뜻이 기다리리.


 2

 지난 이야기를 해서 무엇 하리.

 두견이 우는 숲새를 건너서

 낮은 돌담에 흐르는 달빛 속에

 울리던 木琴소리 목금소리 목금소리.

 

 

 3

 며칠 내 바람이 싸늘히 불고

 오늘은 안개 속에 찬비가 뿌렸다.

 가을비 소리에 온 마음 끌림은

 잊고 싶은 약속을 못 다한 탓이리.


 4

 아늬,

 石燈 곁에

 밤 물소리


 누이야 무엇 하나

 달이 지는데

 밀물지는 고물에서

 눈을 감듯이


 바람은 사면에서 빈 가지를

 하나 남은 사랑처럼 흔들고 있다.


 아늬,

 석등 곁에

 밤 물소리


 5

 낡은 단청 밖으론 바람이 이는 가을날, 잔잔히 다가오는 저녁 어스름.

 며칠 내 며칠 내 낙엽이 내리고 혹 싸늘이 비가 뿌려 와서???

 절 뒤울안에 서서 마을을 내려다보면,  낙엽 지는 느릅나무며 우물이며 초가집이며

 그리고 방금 켜지기 시작한 등불들이 어스름 속에서 알 수 없는 어느 하나에로 합쳐짐을 나는 본다.


 6

 창 밖에 가득히 낙엽이 내리는 저녁

 나는 끊임없이 불빛이 그리웠다.

 바람은 조금도 불지를 않고 등불들은

 다만 그 숱한 향수와 같은 것에 싸여가고

 주위는 자꾸 어두워갔다

 이제 나도 한 잎의 낙엽으로 좀 더 낮은 곳으로,

 내리고 싶다

 

*항 동규님의 시에서 퍼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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