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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년에 두번 만나는 친족간의 모임.
갑자기 변경되었다.
분당의 사촌누나(난 지금도 후암동 누나라 부른다)의 제안이란다.
분당서 나오기엔 너무도 춥단다.
그럴테지.
연세가 칠순을 훨씬 넘겼으니 날씨에 민감할수 밖에...
내 삶의 지표를 붙들지 못하고 방황할때, 이 누나는 그래도 안정적인 직업과 성실함으로
부럽게 사셨다.
후암동 쌀집.
그게 매형이 선택하신 직업이긴 하지만 그 당시로썬 가장 안정적이고, 배고픈 시절엔
굶지 않고 살수 있는 직업이라 그랬을까.
안정적으로 운영한 탓에 돈도 모았고, 그 돈으로 고향에 밭도 사시곤 했다고 한다.
서울에 투자하셨더라면 더 좋았을걸....
후암동 시장내의 붐비는 누나 집.
가끔 찾곤했지.
이미 친누나는, 매형의 도박으로 가산을 탕진하고 귀향한 처지라 찾을만한 곳은
그래도 후암동 누나였다.
늘 가면 후암동 시장에서 사주시곤 하시던 송편.
그 달콤한 맛을 지금도 잊을수 없다.
몇년전에,
치매에 걸려 고생하셨던 매형은 이미고인이 되셨고, 분당의 너른집을 혼자서 지키고 계시는
누나또한 그렇게 건강이 좋은 편은 아니다.
딸셋, 아들 하나.
불행히도 막내딸이 백혈병으로 아직도 투병중이고,마흔이 다된 아들놈이 결혼을 못하고 있는게
늘 가슴에 걸린단다.
-다 자기 뜻이있으니까 그럴테죠, 그놈의 인생은 그놈에게 맡기고 편히 사세요.
-이젠 포기했어.그게 편하더라.
두뇌회전이 빠르고 여장부 다웠던 후암동 누나.
나이앞에 그 당찬 모습은 어디서곤 찾을수없다.
사촌이라고 다 같은 사촌이 아니다.
자주 만나고, 자주 인사나누고 관심을 갖고 대해야만 가까워진다.
후암동만 같아도 자주 갈수 있을텐데 분당은 사실 너무 멀다.
자주 못가는건 성의부족이겠지만...........
아버지 세대는 모두 고인이 되셨고,
이젠 우리세대의 여생이 얼마 남지 않았단 생각이라 가슴아프다.
100세 장수시대가 온다고 하지만 누구나 해당되는건 아니지 않는가.
100세까지 사는게 중요한게 아니라 어떻게 삶을 건강하고 행복하게
이어 가는냐,. 그게 관건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