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점심후,
인근 동사무소에 근무하고 있는 <민00>계장을 찾았다.
비좁던 동사무소가 통합용으로 거대하게 지어 산뜻하지만 결국 동직원들은 솔직히 별반 반갑지만은
않다.
1층만 사무실용도로 쓸뿐 나머지 공간은 주민을 위한 종합센타로 이용되기 때문.
이런 저런 요구가 너무도 많고,거의 공짜나 다름없이 이용함서도 이런 저런 요구사항이 너무도 많은 탓
이다.
-시간후에도 개방을 해 달라느니...
-어떠 어떠한 것을 더 설치해달라느니....
-수강생 모집에 열성을 보여달라느니...
주민센타로 이용한건 좋다.,
그 만큼 주민복지 수준의 향상을 뜻하지만,가끔은 그 기대가 너무도 커 대처가 어렵더라.
스포츠 댄스를 배우고 , 노래교실을 운영하고 컴퓨터 교실을 운영하고, 헬스장을 운영하고
이런게 전이면 상상이나 했던 일인가?
내가 들어설때는 3시경인데도 3층에선 민요교실을 하는지 노랫가락이 크게 새어 나오고
장고소리가 마치 명절날 같은 착각을 느끼게 한다.
-참 세상 살기 좋아졌지?
-그러게 말야.
민 00 계장.
1995년 4월에 계장으로 함께 진급한 동기.
헌데,
16년째 그 자리에 머물러 있다.
새까만 후배가 승진하는데 그걸 바라보는 심정은 얼마나 아플까?
-김형,
내년 말에 끝이지만, 그 전에 그만둬야 할거 같아요
이건 챙피하기고 하고 자존심 상하고 그렇네요.
-여태껏 참아왔는데 뭐 그런것에 연연해요?
그냥 편하게 있다나와요 다 되어 가는데.....
내가 그런 위치였다면 지금껏 그냥 묵묵히 자리지키고 있엇을까?
아마도 자존심 땜에 뛰쳐 나왔을거다.
두 계단이나 후배가 상사가 되어 오는데 그걸 어떻게 견디며 바라본단 건가?
<민>은 한때 잘 나가던 행정통였다.
총무과 출신으로 각광을 받았는데 그 후론 왜 밀려 쪼구라 들었는지...
모동에 함께 근무할때만 해도 탄탄했다.
목동 사거리에서 유명 메이커 의류점을 하여 대박을 터트리고 했던 그 였지만 처남사업자금
을 대주다가 집까지 날랐던 파란만장한 그.
-저 친구 어쩜 그렇게 트위스트김을 닮았어?
그랬다.
모습이며, 마른것도 꼭 빼다 닮았지만 정작 본인은 그 말을 듣기 싫어했다.
비인기인이라 그랬나?
비쩍 마른몸이 바람에 날라갈듯 가냘퍼 보인다.
-내가 청장을 찾아가 딱 1년만 사무관 달고 나간다고 했는데 고갤 흔들더라구요.
-그 자들은 다른 생각이거든.
고참이나, 인간미를 생각하지않고 엉뚱한 상상을 하고 그런것일거야.
늘 승진뒤엔 금전이 따라다니고 그러잖아.
차라리 구청장은 임명직 시대가 더 객관적이고 나았던거 같아.
아무리 현실이 부조리하고 배경이 아님 통하지 않은 시대라 해도 적응하지 못하고 있는
그에게도 처세술엔 뭔가 부족한 것은 없었는걸까?
온갖 비리가 판치는 세상에서 독야청청하게 살았다고 해도 누가 그를 인정해주고
이해해 줄까?
다 인정을 못해줘도 난 인정해줄거 같다.
그 놈의 판이 정도를 걸으면 늘 뒤쳐지고 밀리는 곳이라 영악한 놈만 살아나는 곳.
배경이든 뭐든 없음 승진은 상상도 못하는 곳이 아니던가.
더욱이나 출신이 tk임에야 어찌 상상했으랴...
비정한 행정,승진에 따른 비리가 판치는 관공서
나도 울분을 몇번이나 삼켰지 않았던가.
허지만,
비쩍마른 그의 손을 붙잡는 순간은 웬지 모를 연민의 정을 느끼지 않을수 없었다.
-괜찮아,암튼 정도를 걸어왔잖아?
나감 그걸로 끝이야.
-김형 머잖아 술한잔 해요.